월급 통장에서 자동이체 설정하기 전에 확인할 것

자동이체가 생각보다 위험한 이유

지난해 가을, 월급이 들어온 지 3일 만에 통장을 확인했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30만 원이 적었다. 자동이체로 설정해둔 보험료, 적금, 기부금을 다시 세어봤는데 맞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동이체는 편하지만, 한 번 설정하면 의식하지 않고 계속 빠져나간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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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lickerHappy / pixabay

재테크를 시작하려면 자동이체는 필수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설정한 자동이체가 정말 필요한지, 얼마나 효율적인지 점검하지 않는다. 내가 3개월간 통장 내역을 분석해본 결과, 불필요한 자동이체로 낭비하는 금액이 생각보다 컸다.

통장을 파고드는 자동이체들

자동이체 항목을 정렬해보니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필수 항목이다. 보험료, 대출금, 휴대폰비 같은 것들이다. 둘째, 저축 항목이다. 적금, 펀드, 연금저축이 여기 해당한다. 셋째, 선택 항목이다. 구독료, 기부금, 멤버십비 같은 것들이다.

문제는 셋째 항목이었다. 작년 초에 가입한 구독 서비스 3개는 여전히 매달 월급에서 자동이체되고 있었다. 한 개는 2개월째 쓰지 않았고, 한 개는 가입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세 가지만 해도 월 18만 원이었다. 1년이면 216만 원이다.

보험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을 옮기면서 중복으로 가입한 보험료가 2년간 계속 빠져나갔다. 정산하면서 받은 환급금이 약 380만 원이었다. 자동이체라는 이유로 의식하지 않으면 이런 손실이 쌓인다.

자동이체 정리의 첫 단계

통장 앱을 열어서 지난 3개월 내역을 쭉 내려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같은 금액이 반복되는 항목들을 모두 적었다. 그리고 각 항목 옆에 물음표를 그었다. ‘이거 지금도 필요한가?’

필수 항목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저축 항목을 점검했다. 적금 3개 중에 2개는 금리가 낮았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기본 적금이 연 약 2% 정도였는데, 다른 은행 우대금리 상품은 약 3% 정도였다. 같은 월 50만 원을 1년 저축할 때, 금리 차이로 약 42만 원의 이자 차이가 났다.

선택 항목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3개월 이상 쓰지 않은 구독 서비스는 모두 해지했다. 남은 것은 실제로 자주 쓰는 2개뿐이었다. 월 18만 원이 월 6만 원으로 줄었다.

자동이체 재구성하기

정리 후에는 자동이체를 다시 짜기로 했다. 월급이 들어온 직후 순서를 정했다. 첫째, 비상금 통장으로 월 30만 원. 둘째, 연금저축펀드로 월 50만 원. 셋째, ISA 계좌로 월 40만 원. 넷째, 필수 지출(보험료, 휴대폰비)이 자동으로 빠진다.

이렇게 설정하니 월급의 약 48%는 자동으로 저축되거나 투자된다. 나머지 52%는 생활비로 쓸 수 있다. 전에는 자동이체 항목들이 무질서했기 때문에 실제 저축률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

핵심은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잊기’가 아니라 ‘3개월마다 한 번 점검하기’였다. 6월, 9월, 12월, 3월에 통장 앱을 열어서 지난 3개월 자동이체 항목을 훑어본다. 5분이면 충분하다.

자동이체 설정 후 실제 변화

이렇게 정리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월급 통장의 여유였다. 전에는 월급이 들어왔다가 이것저것 빠져나가고 나면 정신을 못 차렸다. 지금은 자동이체로 빠질 금액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남은 금액으로 계획을 세운다.

두 번째는 저축 통장의 변화다.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이 약 약 3% 정도 나왔다. 적금보다는 변동이 있지만, 연 평균으로 보면 충분했다. 가장 중요한 건 매달 자동으로 들어가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세 번째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자동이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알면 불안감이 줄어든다. 이전에는 ‘혹시 내가 놓친 자동이체가 있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

자동이체를 설정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확인하자. 그것은 ‘이 금액을 정말 매달 낼 수 있는가’이다. 월급이 들어온 직후 자동이체로 빠져나갈 금액의 합이 월급의 50%를 넘으면 위험하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 신용카드에 의존하게 되고, 그게 반복되면 빚이 된다.

내 경우 자동이체 항목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니 월급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다. 자동이체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잘 다루려면 먼저 자신의 통장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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