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시작하거나 새 회사로 옮긴 지 한두 달이 되면 월급통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통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지난 몇 년간 직장인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보니 거의 같은 질문들이 반복됐다. 그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해보려고 한다.
Q. 월급 들어온 날, 가장 먼저 뭘 해야 하나요?
이 질문을 한다. 투자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니면 저축부터? 내 경험으로는 순서가 있다. 월급이 들어온 그 날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처음 일주일은 그 돈이 정말 내 것인지, 이번 달 생활비는 충분한지 확인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에 시작할 것은 자동이체 설정이다. 월급의 10~15% 정도를 별도 통장으로 옮기는 것. 이걸 먼저 하지 않으면 남은 돈으로 투자하려다가 결국 생활비로 쓰게 된다. 자동이체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빠지는 거라서, 심리적으로 그 돈을 포기하는 게 쉽다.
Q. 월급의 몇 %를 저축해야 정상인가요?
이 질문도 자주 나온다. 보통 ‘월급의 20%는 저축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데, 그건 당신의 생활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아는 직장인 중에는 월급 400만 원 중 월세 (시점·지역별 다름)을 내는 사람도 있고, 같은 월급에 월세 (시점·지역별 다름)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 차이가 100만 원이면, 저축 가능액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 정직한 답은 이것이다. 당신이 3개월 동안 한 달 생활비를 저축할 수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투자를 시작해도 된다. 3개월치 생활비가 비상금으로 준비되면, 갑자기 실직하거나 큰 지출이 생겨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투자한다는 건 위험한 도박과 다르지 않다.
Q. 적금과 펀드, 뭘 먼저 시작해야 하나요?
이건 내가 실제로 고민했던 부분이다. 작년 가을에 월급을 받기 시작했을 때, 적금을 먼저 할지 펀드를 먼저 할지 한 달을 고민했다. 결론은 이것이었다. 당신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심리 상태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내가 처음 한 건 적금이었다. 월 30만 원씩 1년 적금에 넣었다.
금리는 연 약 3% 정도였는데, 1년 뒤 받은 이자는 세금을 빼고 약 9만 원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 정도 이자로는 부자가 될 수 없겠다’는 걸 깨달았고, 그제야 펀드를 살펴봤다.
만약 처음부터 펀드를 샀다면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수도 있었는데, 그럼 멘탈이 흔들렸을 것 같다. 적금은 그런 의미에서 심리 적응 기간이었다.
Q. 신용카드는 몇 장을 가져야 하나요?
신용카드 개수도 묻는 사람이 많다. 많이 가질수록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2~3장으로 충분하다. 한 장은 생활비 결제용, 한 장은 특정 카테고리(예: 편의점, 카페) 캐시백용, 그리고 선택적으로 한 장 더. 그 이상이면 관리가 복잡해지고, 신용점수도 영향을 받는다.
중요한 건 카드 개수가 아니라 사용 패턴이다. 월급으로 버는 돈의 범위 안에서만 카드를 긋는 것. 카드는 현금이 아니라는 착각이 가장 위험하다. 나는 지난해 한 달에 월급보다 30만 원을 더 썼다. 그 차이가 다음 달 신용대출로 넘어갔고, 이자를 내게 됐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거다.
Q. 연금저축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연금저축도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보통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고 하는데, 그건 당신이 월급의 10% 이상을 저축하고 있을 때의 얘기다. 아직 월급에서 저축액을 떼내기 힘들다면, 연금저축은 뒤로 미루는 게 낫다. 왜냐하면 연금저축은 돈을 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본 것은 이런 실수다. 월급 350만 원인 직장인이 연금저축에 월 15만 원을 넣고, 3개월 뒤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해지하는 경우. 그렇게 되면 세제혜택도 없어지고, 수수료만 내게 된다. 연금저축은 정말 건드릴 일이 없는 여유금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
Q. 투자로 실패하지 않으려면 뭘 피해야 하나요?
이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투자로 성공하는 방법보다, 실패하는 방법을 아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본 가장 흔한 실패는 세 가지다.
첫째, 남의 추천을 따라가는 것. 직장 선배가 ‘이 펀드 좋더라’고 해서 사면 안 된다.
당신의 상황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익률을 매일 확인하는 것.
내가 처음 ETF를 샀을 때 매일 호가창을 봤다. 일주일에 2만 원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정신이 산산조각 났다.
장기투자는 자주 보면 안 된다. 셋째, 한 번에 큰돈을 넣는 것.
월급의 5% 정도씩, 천천히 넣는 게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이고 위험도 낮다.
월급으로 시작하는 재테크는 거창한 전략이 아니다. 작은 습관이 모여서 만드는 결과일 뿐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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