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나는 처음으로 증권사 앱을 깔았다. 월급 통장에 180만 원이 들어오는 날, 그중 5만 원을 빼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금은 이미 월 30만 원씩 들고 있었고, 그 이자는 연 약 1% 수준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20대 초반부터 자주 들어왔던 ‘ETF’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처음 5만 원을 넣던 날
증권사 앱 화면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미국 S&P500 ETF, 나스닥 ETF, 배당 ETF 같은 상품들이 줄줄이 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가장 유명하다는 S&P500 ETF를 골랐다. 5만 원어치, 정확히 0.3주를 샀다.
손가락이 떨렸다. 진짜 돈이 나갔다.
그 밤 잠을 못 이뤘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호가창을 봤다.
5만 원이 5만 2천 원이 되어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2천 원. 그게 전부였지만 뭔가 달랐다.
그 다음날부터 나는 매달 5만 원씩 같은 ETF를 샀다. 자동이체로 설정했다. 손으로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도록. 새벽에 호가창을 보는 습관도 빨리 없어졌다.
1주일 뒤, 처음 깨달은 것
첫 매수 일주일 뒤, 계좌를 다시 봤다. 0.3주에서 0.6주가 되어 있었다.
월급이 또 들어왔으니까. 그런데 가격은 떨어져 있었다.
첫 주에는 5만 2천 원까지 올랐던 게 이제 4만 8천 원대였다. 손실이다.
내가 산 평균가는 5만 원인데, 현재가는 그보다 낮다. 괜히 한숨이 나왔다.
그때 깨달았다. 월 5만 원씩 사면, 가격이 떨어질 때도 계속 사야 한다는 걸.
그게 ‘적립식’이구나.
1주일 동안 나는 유튜브에서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가격이 떨어질 때 더 많은 주수를 사게 되고, 올라갈 때는 적게 산다는 뜻이었다. 통계적으로 이게 장기 수익률을 높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1개월 뒤, 통장 분리의 필요성
첫 투자로부터 정확히 4주가 지났을 때, 나는 월급 관리 방식을 바꿨다. 통장을 2개로 나눴다.
하나는 생활비 통장(월 140만 원), 또 하나는 투자 통장(월 5만 원). 투자 통장에는 자동이체로만 돈이 들어가고, 절대 빼지 않기로 했다.
심리적으로 그 돈은 이미 없는 돈이 됐다. 남은 월 35만 원은 적금(월 30만 원)과 비상금(월 5만 원)으로 나눴다.
1개월 뒤 계좌를 보니 총 15만 원을 투자했고, 평가손익은 마이너스 2,400원이었다. 손실이 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괜찮았다. 왜냐하면 내가 이미 그 돈을 잃은 셈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월급에서 떼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라 ‘투자 중인 돈’이 됐다.
6개월 뒤, 처음으로 수익이 났다
2026년 10월, 처음 투자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나는 총 30만 원을 투자했다.
월 5만 원씩, 6개월. 그런데 계좌의 총 평가액은 31만 2천 원이었다.
수익이 1만 2천 원이다. 4%의 수익률.
크지 않다. 하지만 내가 손으로 아무것도 한 게 아니었다.
매달 자동이체로 5만 원씩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그냥 놔뒀다. 그 사이 ETF 가격이 올라갔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처음으로 ‘투자’가 뭔지 약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돈을 넣고, 기다리고,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는 것. 그게 전부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했다.
1년 뒤, 계좌를 정말로 본 날
2026년 4월, 정확히 1년이 지났다. 나는 총 60만 원을 투자했다. 계좌의 총 평가액은 67만 3천 원이었다. 수익이 7만 3천 원. 약 12%의 수익률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한 달치 반 정도가 벌린 셈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때 나는 처음으로 투자를 ‘장기’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12% 벌었으니, 10년이면 어떻게 될까.
물론 매년 12%씩 나올 리는 없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연 7~8% 정도가 나온다면, 10년 뒤에는 꽤 다른 숫자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
계산기를 켜봤다. 월 5만 원씩 10년을 투자하면, 원금은 600만 원이다.
만약 연 평균 7%의 수익률이 나온다면, 최종 금액은 약 810만 원이 된다. 210만 원이 벌린다는 뜻이다.
손도 안 댄 돈이.
2년 뒤, 지금 이 순간
2026년 4월, 내가 처음 5만 원을 투자한 지 정확히 2년이 지났다. 나는 총 120만 원을 투자했다. 계좌의 총 평가액은 148만 7천 원이었다. 수익이 28만 7천 원. 약 24%의 수익률이다. 2년 동안 월 5만 원씩 넣은 것뿐인데, 원금의 1/4이 벌렸다.
이제 나는 매달 5만 원을 넣을 때 더 이상 떨지 않는다. 호가창도 안 본다. 그냥 자동이체가 되고, 계좌는 월 1회 정도만 확인한다. 2년 전의 나는 2천 원 수익에도 웃음이 나왔는데, 지금의 나는 28만 원 수익에도 담담하다. 아, 이게 시간이 하는 일이구나 싶다.
20대 때 시작한 월 5만 원. 처음에는 ‘투자’라는 단어가 어려웠고,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했고, 수익과 손실에 흔들렸다.
하지만 2년이 지나니 그런 감정들이 다 사라졌다. 남은 건 단순한 사실뿐이다.
매달 5만 원씩 넣으면, 시간이 일해준다는 것. 그리고 그게 가장 강력한 투자 전략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고민하지 말고 시작하는 것. 시작한 뒤에는 흔들리지 않는 것.
딱 이 두 가지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