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은행을 들어갔다. 월급이 들어온 지 사흘째, 통장에 350만 원이 남아 있었다. 3개월 뒤에 전세 보증금이 필요했으니 어딘가에 넣어둬야 했다. 그날 은행원이 건넨 안내문에는 예금 금리 약 4%, 적금 금리 약 5%라고 적혀 있었다. 둘 다 똑같이 안전한데 뭐가 다른지 몰라서 그냥 예금을 골랐다. 3개월 뒤 이자를 확인했을 때 약 5만 2천 원이 들어와 있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같은 기간 적금으로 했으면 얼마였을까.
예금과 적금, 금리 숫자만으로는 안 보인다
금리 비교할 때 가장 헷갈리는 게 이거다. 표면적으로 보면 적금이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2026년 5월 기준으로 대부분의 은행에서 예금은 연 4.0~약 4%, 적금은 연 4.8~약 5% 정도다. 하지만 이 숫자만 봐서는 실제 이자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넣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금은 한 번에 350만 원을 넣고 3개월을 기다린다.
적금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넣으면서 이자가 쌓인다. 같은 금리 조건이라도 실제 받는 이자는 달라진다.
같은 350만 원, 어떻게 넣느냐가 결과를 바꾼다
이번엔 직접 계산해봤다. 350만 원을 3개월(91일)에 걸쳐 쓸 계획이라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예금. 350만 원을 한 번에 넣고 3개월을 기다린다.
금리 약 4%라면 이자는 약 3만 9천 원이다. 세금을 떼면 약 3만 1천 원 정도 남는다.
두 번째, 적금. 매달 116만 원씩 3개월 동안 넣는다.
금리 약 5%라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첫 달에 넣은 116만 원은 3개월을 기다리고, 둘째 달에 넣은 116만 원은 2개월을 기다리고, 셋째 달에 넣은 116만 원은 1개월만 기다린다.
결과적으로 받는 이자는 약 4만 5천 원이다. 세금을 떼면 약 3만 6천 원이다.
차이는 5천 원이다. 금리 숫자로만 보면 약 1% 차이인데, 실제 이자 차이는 5천 원이다.
그리 크지 않다.
기간이 길수록 적금의 이점이 커진다
같은 돈을 6개월 동안 모아야 한다면 어떨까. 월 58만 원씩 6개월을 적금하면 이자는 약 9천 원이다.
세금을 떼면 약 7천 원. 예금으로 같은 금액을 6개월 동안 보관하면 이자는 약 8천 원이고, 세금을 떼면 약 6천 원이다.
역시 크지 않은 차이다. 하지만 1년이라면?
월 29만 원씩 12개월을 적금하면 이자는 약 1만 8천 원이다. 세금을 떼면 약 1만 4천 원.
예금으로 348만 원을 1년 동안 보관하면 이자는 약 1만 6천 원이고, 세금을 떼면 약 1만 3천 원이다. 여전히 크지 않지만, 기간이 길수록 적금의 이점이 조금씩 커진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적금은 매달 돈을 넣으면서 ‘강제 저축’이 된다는 점이다.
예금은 한 번에 넣고 나면 남은 돈으로 또 다른 소비를 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작년 11월에 예금으로 350만 원을 넣은 뒤, 남은 통장에서 자꾸만 돈을 빼썼다.
크리스마스 선물, 연말 회식, 새해 옷 쇼핑. 3개월 뒤에 보니 처음 계획보다 60만 원을 더 썼다.
결국 선택은 당신의 통장 습관에 달렸다
순수하게 금리만 비교하면 적금이 예금보다 조금 유리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작다.
3개월에 5천 원, 6개월에 천 원 정도면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적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넣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지면 중도 해지할 때 약간의 손해를 본다. 예금은 자유도가 높다.
언제든 돈을 빼낼 수 있고, 금리도 나쁘지 않다. 다만 한 번에 넣은 후 건드리지 않을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적금은 금리가 조금 더 좋고, 자동으로 돈이 모인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있다. 하지만 매달 정해진 금액을 꼬박꼬박 넣어야 한다.
지난 5개월간 예금으로 묵혀 있던 돈을 보면서 느낀 건, 금리 차이보다는 자기 성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처럼 남은 돈을 자꾸 쓰는 성향이라면 적금이 낫다.
규칙적으로 저축할 자신이 없다면 예금으로 큰 금액을 한 번에 묶어두는 게 낫다. 금리는 그 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