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처음 부딪히는 돈 문제들, 순서대로 풀어봤습니다

2026년 봄, 직장 후배가 물었다. “선배, 저 월급 400만 원인데 뭘 먼저 해야 해요?” 나도 30대 초반에 같은 질문으로 밤을 지새웠다. ETF? 적금? 보험? 통장 쪼개기? 정보는 많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 후배에게 내가 직접 해본 순서대로 말해줬고, 지금 그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먼저 지출을 정확히 아는 것

나는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통장 내역을 3개월치 프린트해서 펼쳐놓는 것이었다.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카테고리별로 색깔 펜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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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tux / pixabay

식비, 교통비, 구독료, 옷, 술. 결과는 충격이었다.

월급 380만 원 중에 구독료만 월 18만 원이 새고 있었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피트니스 앱, 음악 스트리밍.

몇 개월씩 쓰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 주말에 4개를 끊었고, 그 돈으로 3개월 뒤 펀드를 샀다.

재테크는 수익률이 아니라 지출 구멍을 먼저 막는 것에서 시작된다.

비상금을 통장에 남겨두기

월급의 3배, 또는 월 생활비의 6개월치를 비상금으로 준비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처음에 이걸 무시했다.

돈이 아까워서다. 그런데 2026년 2월, 냉장고가 갑자기 고장 났다.

수리비가 68만 원이었다. 그때 비상금이 없었으면 신용카드를 긁었을 것이다.

지금은 월 생활비 150만 원 × 5개월치, 750만 원을 별도 통장에 묵혀둔다. 이건 투자 대상이 아니다.

그냥 있는 것. 이걸 먼저 채워야 마음 놓고 다른 걸 굴릴 수 있다.

신용점수를 한 번 확인해보기

신용점수는 돈을 빌릴 때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신용카드 한도, 대출 금리, 보험 가입, 심지어 전월세 심사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는 30대 초반에 처음 신용점수를 조회했는데 750점이었다.

별로 낮지 않은 것 같았지만, 같은 시기 직장 선배는 820점대였다. 차이가 뭘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카드 결제일 전에 항상 갚아”라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카드를 쓸 때마다 앱에서 바로 확인하고, 결제일 2일 전에 무조건 입금했다. 6개월 뒤 점수가 785점으로 올랐다.

작은 습관이 신용 등급을 만든다.

월급의 10%를 펀드에 넣어보기

비상금이 차고, 신용점수가 정리되면 그제야 투자를 시작할 차례다. 나는 월급 380만 원의 10%, 38만 원을 정해서 매달 같은 날에 펀드를 샀다.

2026년 3월부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16개월, 총 608만 원을 부었다. 수익률은 약 약 7%, 지금 계좌 잔액이 약 652만 원이다.

큰 수익은 아니지만,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이라 심리적 부담이 없다. 처음부터 욕심내서 월급의 30%를 투자하려다 보면 3개월 뒤에 포기한다.

10%는 “충분히 아프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보험을 정말 필요한 것부터 들기

30대는 보험 권유를 많이 받는 나이다. 암보험, 의료실비, 연금보험, 변액보험.

나는 처음에 다 필요한 줄 알고 상담사 말을 따랐다. 월 보험료가 38만 원이 되었다.

월급의 10%다. 6개월 뒤 정신 차리고 정리했다.

필요한 건 3가지뿐이었다. 직장 단체 의료실비 보험(이미 가입), 암보험 하나, 그리고 실손의료보험.

나머지는 다 끊었다. 지금 월 보험료는 12만 원이다.

보험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지, 모든 상황을 대비하는 게 아니다.

연금저축펀드는 세금 우대가 끝나기 전에

2026년 현재, 연금저축펀드에 연 600만 원을 넣으면 세금 혜택을 받는다. 나는 이걸 늦게 알았다.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아, 이걸 진작 했으면” 하고 후회했다. 지난해부터 매달 50만 원씩 연금저축펀드에 넣고 있다.

수익률은 펀드마다 다르지만, 세금 우대만 해도 연 4~5%의 추가 이득이 생긴다.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복리 효과가 커진다.

30대 초반부터 시작하면 30년 뒤에 큰 차이가 난다.

통장을 쪼개는 건 그 다음

통장 쪼개기는 재테크의 꽃처럼 여겨진다. 월급 통장, 생활비 통장, 투자 통장, 목표 통장.

하지만 이건 기초가 다 끝난 후의 일이다. 지출을 모르면 쪼갤 게 없고, 비상금이 없으면 통장을 쪼갤 여유가 없다.

나는 위의 5가지를 모두 정리한 뒤에야 통장을 3개로 나눴다. 월급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생활비와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남은 돈이 저축 통장으로 간다.

순서가 중요하다. 통장 개수가 아니라 흐름이다.

30대 초반의 내가 알았으면 좋았을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지출 파악 → 비상금 준비 → 신용점수 관리 → 투자 시작 → 보험 정리 → 세제 혜택 활용 → 통장 운영. 이 순서를 따르면 급할 일도 없고, 마음도 편하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당장 큰 수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30년을 버티는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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