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월급으로 버티기, 통장을 나누기 전에 해야 할 것

올해 초 통장을 정리하다가 깨달은 게 있다. 지난 5년간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 통장에 옮기고, 투자 통장에 옮기고, 비상금 통장에 옮기는 식으로 쪼개기만 했다. 그런데 정작 각 통장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그 목표까지 도달하는 데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지는 한 번도 계산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5년을 흘려보냈다.

40대라는 나이가 재테크에서 특별한 이유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다. 20대처럼 ‘언젠가 되겠지’ 하며 기다릴 수 없다. 그래서 통장을 나누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나도 이걸 먼저 했으면 지난 5년을 다르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현재 월급과 고정 지출을 정확히 파악하기

통장을 쪼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기준이다. 작년 가을, 나는 월급 460만 원 중에 저축 통장으로 150만 원을 빼기로 했다. 이유는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정말 형편없는 이유다. 3개월 뒤 통장 잔액을 보니 월세, 관리비, 보험료, 휴대폰 요금 때문에 생각보다 남는 게 없었다. 결국 저축 통장에서 20만 원을 빼야 했다.

a stack of gold coins sitting next to each other
Photo by William Warby / unsplash

지금 당신의 월급에서 나가는 고정 지출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월세 또는 대출금, 관리비, 보험료(건강보험, 실손보험, 암보험 등), 휴대폰 요금, 인터넷 요금, 구독료.

이것들을 모두 더하면 월급의 몇 퍼센트인가. 나의 경우 고정 지출이 월 285만 원이었다.

그러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돈은 175만 원이다. 여기서 식비, 교통비, 의류비, 병원비 같은 변동 지출까지 빼면 남는 게 얼마나 될까.

이걸 정확히 알아야 저축액을 정할 수 있다.

5년, 10년 뒤 목표를 숫자로 쓰기

통장을 나눈다는 건 목표가 있다는 뜻이다. 비상금 통장, 저축 통장, 투자 통장. 각각 언제까지 얼마를 모아야 하는가. 나는 지난 몇 년간 ‘비상금은 월급의 3개월분’, ‘저축은 최대한’, ‘투자는 가능한 만큼’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너무 추상적이었다.

올해 초에 다시 계산했다. 내가 55세에 퇴직한다면, 지금부터 11년이다. 그 사이에 최소 8천만 원은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 60만 원씩 모으면 11년에 7천 920만 원. 부족하다. 그럼 월 70만 원씩 모아야 한다. 근데 이게 가능한가. 지금 월급에서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을 빼면 월 70만 원이 남는가. 이렇게 역산하면 현실이 보인다.

비상금의 크기를 정하기

비상금은 얼마가 적당한가. 일반적으로 월급의 3개월분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게 맞지 않다고 본다.

당신이 지금 실직한다면 3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가. 40대라면 어렵다.

나는 최소 6개월분, 즉 월 285만 원 × 6 = 1천 710만 원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비상금이 800만 원이므로 앞으로 910만 원을 더 모아야 한다.

월 15만 원씩 모으면 약 5년이 걸린다.

비상금은 저축 통장이나 투자 통장과 달라야 한다. 언제든 꺼낼 수 있어야 하고, 원금이 깎이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고금리 정기예금(연 약 4% 정도)을 사용하고 있다. 비상금이 모두 모이기 전까지는 이 통장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저축과 투자의 비율을 정하기

비상금이 충분하면 남은 돈을 저축과 투자로 나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당신의 위험 성향이다. 나는 40대 초반이고, 아직 월급이 들어온다. 그래서 투자에 70%, 저축에 30%를 배분했다. 월급에서 저축할 수 있는 돈이 월 50만 원이라면, 저축 15만 원, 투자 35만 원이다.

투자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 나는 인덱스펀드(S&P 500 추적 ETF) 60%, 국내 배당주 ETF 40%로 나눴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매달 같은 금액을 같은 비율로 투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복리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지난 3년간 월 35만 원씩 투자해서 현재 계좌에 1천 350만 원이 있다.

초기 투자금 1천 260만 원에서 90만 원의 수익이 났다. 많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낫다.

연금 계좌를 먼저 채우기

40대라면 연금 계좌를 무시하면 안 된다. 연금저축펀드와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세금 혜택이 크다. 나는 지난 2년간 연금저축펀드에 월 30만 원씩 넣었다. 올해 세액공제를 받으면 약 90만 원이 돌아온다. 이건 투자 수익이 아니라 정부에서 주는 선물이다.

연금저축펀드는 55세까지 못 꺼낸다는 게 단점이지만, 40대라면 어차피 55세까지 일할 거다. 그러면 차라리 연금 계좌에 먼저 돈을 넣고, 남은 돈으로 일반 투자를 하는 게 낫다. 세금 혜택 때문에 실질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신용점수와 부채를 점검하기

통장을 나누기 전에 신용점수를 확인했는가. 나는 지난해 신용점수가 720점이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카드 사용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신용점수를 750점 이상으로 올리는 걸 목표로 잡았다. 신용점수가 높으면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금융 상품 승인도 쉬워진다.

부채가 있다면 먼저 갚아야 한다. 투자 수익률이 연 7%라고 해도, 대출금 이자가 연 5%면 결국 손해다. 나는 올해 초 카드 할부금 200만 원을 모두 갚았다. 그 이후 마음이 한결 편했다. 통장을 나누기 전에 부채 상황을 정리하는 게 먼저다.

보험을 다시 점검하기

40대라면 보험료가 꽤 클 것이다. 나는 건강보험료 월 12만 원, 실손보험 월 8만 원, 암보험 월 5만 원, 종신보험 월 15만 원을 내고 있다.

총 월 40만 원이다. 이 보험들이 정말 필요한가.

올해 초에 보험을 정리했다. 종신보험은 해지했다.

앞으로 55세까지 20년 정도 더 일하면, 그때쯤이면 자산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러면 굳이 종신보험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대신 실손보험과 암보험은 유지했다. 40대는 건강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는 나이다. 병원비가 생각보다 크다. 작년에 어금니 임플란트를 했는데 450만 원이 들었다. 보험이 없었으면 큰일 났을 뻔했다. 통장을 나누기 전에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이 모든 것들을 점검한 뒤에 통장을 나누면, 그때부터는 목표를 향해 일관되게 움직일 수 있다. 나도 지난 5년간 이걸 제대로 했으면 지금쯤 훨씬 더 많이 모았을 텐데. 당신은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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