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나누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지난 3월, 월급이 들어온 지 사흘 만에 통장이 비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계좌 잔액을 봤을 때 숫자는 2만 원 정도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통장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게 아니라, 먼저 ‘어디로 돈이 빠져나가는지’ 알아야 한다는 걸.

통장을 3개, 4개로 나누면 저축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통장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새는 돈을 막지 못하면 결국 모든 통장이 비게 된다.
지출 기록 없이 통장 쪼개기는 헛수고
4월부터 2주간 내 지출을 일일이 기록했다. 편의점 커피 3,500원, 점심 도시락 7,800원, 택시비 4,200원. 처음엔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2주가 지나니 패턴이 보였다. 평일 오후 3시쯤 자판기에서 음료를 사는 습관, 주말마다 배달음식에 쓰는 5만 원대 금액, 한 달에 세 번은 가는 영화표 비용.
지출을 기록하기 전까지 나는 ‘월급이 적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숫자를 모으니 달랐다. 습관적 지출이 한 달에 약 34만 원이었다. 월급의 8분의 1이 그냥 사라지고 있었다.
통장을 쪼개기 전에 최소 2주, 가능하면 1개월간 지출을 기록해야 한다. 이게 모든 재테크의 출발점이다.
고정 지출을 먼저 파악하고 나머지를 나눈다
내 월급은 240만 원이다. 여기서 고정 지출은 전세 관리비 18만 원, 휴대폰 요금 5만 원, 보험료 12만 원, 구독료 15만 원으로 총 50만 원이다. 남은 190만 원에서 식비, 교통비, 의류비, 여가비를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해야 한다.
5월부터 나는 통장을 3개로 나눴다. 첫 번째는 고정 지출용(50만 원), 두 번째는 생활비용(120만 원), 세 번째는 투자용(70만 원). 투자용 통장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다짐했다.
처음 한 달은 생활비가 모자랐다. 120만 원으로 식비 45만 원, 교통비 12만 원, 의류비 8만 원, 여가비 30만 원을 쓰고 나니 25만 원이 남았다. 그 25만 원이 중요했다. 매달 이 정도가 남는다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투자 통장은 건드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
투자용 통장에 70만 원을 넣고 3개월이 지났다. 5월에 70만 원, 6월에 70만 원, 7월에 70만 원. 총 210만 원이 모였다. 이 돈을 어디에 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모으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투자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직도 손을 대지 않았다. 왜냐하면 투자는 돈이 모인 후에 차근차근 배우면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둘러서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절하는 것보다, 3개월, 6개월 동안 차근차근 배우고 시작하는 게 낫다.
지금까지 배운 것은 하나다. 통장을 쪼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지출을 알고, 고정 지출을 파악하고, 투자용 통장은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는 다짐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
월급 재테크는 거창한 게 아니다
월급 재테크를 시작하려면 특별한 지식이나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5개월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지출을 기록하고, 통장을 3개로 나누고, 투자용 통장에 손을 대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만 해도 충분했다.
지금 내 통장 상황은 이렇다. 고정 지출용에는 항상 50만 원이 있고, 생활비용에서는 매달 25만 원 정도가 남는다. 투자용 통장에는 210만 원이 모였다. 이건 3개월 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했던 숫자다.
월급 재테크는 거창한 투자 전략이나 복잡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 보고, 그다음부터 차근차근 통장을 관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