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이 아니라 쓸 곳이 없었던 거였어요
작년 여름, 처음 월급을 받고 통장에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급여의 10%를 따로 빼두기로 결심했거든요. 처음 3개월은 정말 잘 지켰습니다. 월급 들어온 다음 날 자동이체 설정까지 해놨으니까요. 그런데 6개월쯤 지나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통장에는 계속 돈이 쌓이는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회사 선배와 점심을 먹다가 재테크 얘기가 나왔는데, 선배가 던진 질문이 있었습니다. “넌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뭘 하려고 모았어?” 그 순간 아무 대답도 못 했습니다. 그저 ‘저축하는 게 좋은 거라고 들었으니까’ 모으고 있었던 거예요.
목표 없는 저축은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저축을 시작한 지 8개월쯤 됐을 때 처음으로 통장 잔액을 정리해봤습니다. 약 240만 원이 모여 있었어요. 나쁘지 않은 결과였지만, 그 돈을 어디에 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저축 습관이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10월쯤 되니 매달 자동이체 설정을 까먹곤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까먹은 척’ 했던 것 같습니다. 목표가 없으니 자동이체를 미루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거든요. 그러다 11월에는 모은 돈 중 150만 원을 갑자기 꺼내서 노트북을 샀습니다. 충동 구매였어요. 필요는 있었지만, 굳이 저축한 돈에서 꺼낼 이유는 없었거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축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목표 부족이었습니다.
돈을 모으기 전에 먼저 물어봐야 할 것
이후로 저축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들여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그리고 그걸 위해 얼마나 필요한지 말입니다.
제 경우 세 가지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비상금이었어요. 월급의 3개월치, 약 900만 원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는 1년 뒤 해외 여행이었고, 이건 약 200만 원 정도 필요했습니다. 세 번째는 3년 뒤 전세 계약금의 일부인데, 이건 장기 목표라 펀드에 넣기로 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나니 저축이 달라졌습니다. 매달 30만 원을 비상금 통장에, 15만 원을 여행 통장에, 20만 원을 펀드에 넣기로 정했거든요. 합쳐도 월급의 13% 정도였지만, 이번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각 돈이 어디로 가는지, 언제쯤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눈에 보였거든요.
지난 4개월간 이렇게 하다 보니 한 번도 자동이체를 빠뜨린 적이 없습니다. 여행 통장에 이미 60만 원이 모였고, 펀드는 약 약 2% 정도 수익이 났어요. 수익률은 크지 않지만, 돈이 자라는 걸 직접 보는 기분이 다릅니다.
20대일 때 가장 귀한 것
지금 생각해보니 20대가 저축할 때 가장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이것 같습니다. 월급의 몇 %를 저축하느냐보다, 그 돈으로 정확히 뭘 하려는지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거죠.
목표가 있으면 저축이 게임처럼 느껴집니다. 돈이 늘어나는 과정이 재미있어지고, 자연스럽게 지출도 줄어듭니다. 저도 여행 통장이 50만 원을 넘으니까 불필요한 쇼핑이 줄었거든요. “이 돈이 여행 경비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지금 통장에 돈이 남는다면, 그건 좋은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그 돈을 어디로 보낼지 먼저 정하세요. 그게 정해지면, 저축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목표를 향한 여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