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펀드 5년 부어보고 알게 된 진짜 이야기

가입 직후 후회했던 그 봄

2021년 3월, 회사 선배가 연말정산 환급금으로 100만 원 가까이 받았다는 말을 듣고 그 주말 바로 증권사 앱을 열었습니다. 별 고민 없이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만들고, 그 자리에서 50만 원을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환급만 생각하면 무조건 이득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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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Frugal Flyer / unsplash

그런데 정작 가입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55세 전에 깨면 약 16% 기타소득세가 붙는다는 사실을 그제야 제대로 본 겁니다.

머리가 멍했습니다. 30대 초반이던 제 입장에서 20년 넘게 묶이는 돈이라는 게 그렇게 길게 느껴질 줄 몰랐습니다.

그날 저녁에 종이에 직접 계산을 해보고서야, 이게 단순히 “절세 상품”이 아니라 “내 노후를 담보 잡는 계약”에 가깝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액공제만 보고 들어가면 놓치는 것들

연금저축의 가장 큰 매력은 세액공제입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면 납입액의 약 16%, 그 이상이면 약 13%를 돌려받습니다. 연 600만 원까지 공제가 되니까 최대로 채우면 79만 2천 원에서 99만 원 정도가 환급으로 들어옵니다. 숫자만 보면 솔깃합니다.

그런데 제가 5년 굴려보면서 느낀 건, 세액공제는 “미루는 세금”이라는 점입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소득세 3.3~약 5%를 내야 하고, 운용 수익에도 같은 세율이 붙습니다.

물론 일반 계좌의 배당소득세 약 15%보다는 훨씬 낮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그리고 중도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환급금을 토해내는 구조라, 사실상 강제로 묶이는 돈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제가 2021년부터 매년 400만 원씩 넣었는데, 5년간 받은 환급금이 대략 264만 원 정도 됐습니다. 적지 않은 돈입니다. 다만 그 사이에 전세보증금 올려야 할 일, 차 바꿀까 고민한 일, 가족 병원비 같은 일들이 한 번씩 스쳐갈 때마다 “이 돈을 빼면 안 된다”는 압박이 꽤 컸습니다.

어떤 상품을 담느냐가 결국 절반

연금저축은 크게 보험, 신탁, 펀드 세 가지로 나뉩니다. 보험은 공시이율이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신탁은 2018년부터 신규 가입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지금 새로 시작한다면 사실상 연금저축펀드 하나로 선택지가 좁혀집니다.

저는 처음에 막연히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를 골랐는데, 2년 동안 수익률이 마이너스 8% 근처까지 빠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후로 포트폴리오를 바꿔서 미국 S&P500 추종 ETF 50%, 국내 고배당 ETF 20%, 채권형 ETF 30% 정도로 단순하게 짰습니다.

지난 3년 평균으로 보면 연 7~9% 사이에서 움직였고, 환급금까지 더하면 체감 수익률은 더 높습니다.

한 가지 팁이라면, 연금저축계좌 안에서 ETF를 살 때는 해외 상장 ETF는 못 담는다는 점입니다. 국내 증권사에 상장된 “국내 상장 해외 ETF”만 됩니다. 이름이 헷갈리니까 가입 전에 한 번 검색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운용보수 약 0%대 ETF와 약 0%대 펀드는 20년 누적으로 보면 결과가 꽤 크게 갈립니다.

결국은 내 노후 시점이 기준

지금 와서 정리해보면, 연금저축은 “여윳돈이 있고 55세까지 안 건드릴 자신이 있는 사람”에게만 진짜 이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급금 100만 원이 탐나서 무리해서 600만 원을 채우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런 마음이었다가 1년 만에 납입액을 월 25만 원, 연 300만 원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그게 제 현금 흐름에는 더 맞았습니다.

국세청 홈택스나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들어가면 본인이 가입한 연금 상품 전체와 예상 수령액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가입을 고민 중이라면 그 화면부터 한 번 열어보시길 권합니다. 숫자로 직접 마주하고 나면 “내가 노후에 진짜 얼마나 부족한지” 감이 잡히고, 그제야 연금저축이 절세 상품이 아니라 노후 도구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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