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시작된 상담
2026년 가을이었습니다. 회사 근처 카페에 앉아 점심을 때우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명함을 건네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무료로 재무 점검을 해준다는 재무설계사였습니다. 그때 저는 월급 320만 원에 적금 50만 원, 청약 10만 원, 그리고 알 수 없는 변액보험 18만 원을 내고 있었습니다.
보험은 입사 첫해에 친척 권유로 든 거였는데, 솔직히 뭘 들었는지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분이 노트북을 펴고 제 보장 내역을 정리해주는데, 30분쯤 지나니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사망보장이 3억인데 정작 실손은 없고, 적립금은 5년이 지나도 원금의 70% 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제야 내가 무슨 상품을 들고 있었는지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그분은 곧바로 다른 종신보험으로 갈아타라고 권했고, 월 보험료가 27만 원이었습니다.
무료 상담의 비용은 어디서 나올까
집에 와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무료 상담이라는 말 자체에 의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막상 친절하게 두 시간을 설명해주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결제는 하지 않고 일주일만 생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일주일 동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법인에 소속된 재무설계사 대부분은 상품을 판매할 때 받는 수수료가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보험 한 건 판매하면 첫해 납입 보험료의 수백 퍼센트가 모집 수당으로 떨어지는 구조도 있습니다.
그 말은, 무료로 상담을 해주는 시간만큼 그분도 어딘가에서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닙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시승을 무료로 시켜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내가 받는 조언이 정말 내 상황에 맞는 건지, 아니면 그분이 판매해야 하는 상품에 맞춰진 건지는 구분해야 했습니다.
종신보험으로 갈아타라는 권유가 정말 28살 미혼인 저에게 필요한 건지부터 다시 따져봐야 했습니다.
유료 자문과 독립 자문이라는 선택지
그 일을 계기로 재무설계사라는 직업을 좀 더 들여다봤습니다. 크게 보면 보험사나 GA(법인대리점)에 소속되어 상품 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분들, 은행이나 증권사 PB로 일하는 분들, 그리고 상품 판매 없이 시간당 또는 건당 자문료를 받는 독립 자문사로 나뉘었습니다.
마지막 형태는 한국에서는 아직 흔하지 않지만 점점 늘고 있습니다. 보통 종합 재무설계 한 건에 3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자문료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결국 그 종신보험 가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들고 있던 변액보험은 7년이 지난 시점에 해지했고, 원금의 약 80% 정도를 돌려받았습니다.
손실은 컸지만 그 돈을 IRP와 ETF로 옮긴 후로는 매년 세액공제 약 60만 원과 함께 자산이 천천히 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그때 무료 상담사의 권유대로 27만 원짜리 종신보험에 새로 가입했다면 지금쯤 어떤 상태였을지 가끔 생각합니다.
상담을 받기 전에 정리해두면 좋은 것
요즘은 재무설계사를 만나기 전에 몇 가지를 미리 정리해두라고 주변에 말합니다. 우선 본인의 월 수입과 고정지출, 금융자산 현황을 한 페이지로 적어보는 일입니다.
그래야 상담받을 때 상대가 그리는 그림이 내 현실과 맞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 상담이 무료인지 유료인지, 무료라면 어떤 상품 판매와 연결되어 있는지 처음에 물어보는 일입니다.
정중하게 물어도 대부분 솔직하게 답해줍니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는 습관입니다. 보험이든 펀드든 일주일 뒤에 가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사인하라고 재촉하는 분이라면 한 번 더 의심해볼 만합니다. 재무설계사라는 직업 자체는 분명 도움이 되는 분야입니다.
다만 그분의 수익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 듣는 조언과, 모르고 듣는 조언은 같은 말이라도 무게가 다릅니다. 2026년 지금도 저는 1년에 한 번 정도 유료로 자문을 받습니다.
비용은 들지만 마음은 훨씬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