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같은 팀의 선배가 통장 잔액을 보여줬다. 월급이 들어온 지 사흘 만에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선배는 매달 월급의 30퍼센트를 저축하고 있었다. 어떻게 가능한 건지 물었고,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먼저 빼고 쓰는 거야.”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 전까진 나도 월급이 들어오면 쓸 것부터 썼다. 카페, 점심, 구독료, 보험료. 남은 게 있으면 저축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남은 게 거의 없었다.
먼저 빼는 금액을 정하는 게 핵심
선배의 방법을 따라 해보니 뭔가 달라졌다. 월급 450만 원이 들어오면 그 즉시 135만 원을 다른 통장으로 옮겼다. 3개월을 해보니 통장에 405만 원이 쌓여 있었다. 그 전엔 같은 기간에 50만 원 정도 밖에 못 모았다.

핵심은 “남은 돈을 저축하지 말고, 저축할 돈을 먼저 빼고 남은 돈으로 산다”는 거였다. 30퍼센트, 25퍼센트, 20퍼센트.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하면 된다. 나는 30대니까 좀 더 공격적으로 35퍼센트를 정했다.
“남은 돈으로 어떻게 살아?” 하던 생각이 틀렸다
처음엔 불안했다. 월급 450만 원 중 157만 5천 원을 빼면 292만 5천 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집세 70만 원, 보험료 12만 원, 통신비 4만 원. 이미 86만 원이 들었다. 남은 건 206만 5천 원.
음식비, 교통비, 옷, 외식. 206만 원으로 충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충분했다. 왜냐하면 “이 정도만 쓸 수밖에 없다”는 제약이 생기니까 자동으로 선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카페는 회사 커피로, 점심은 도시락으로, 구독료는 필수 2개만 남겼다.
3개월 뒤 통장을 보니 정말로 405만 원이 있었다. 1년이면 1,620만 원. 그 전까진 1년에 600만 원 정도 모았으니 2.7배가 늘어난 셈이다.
통장 3개로 나누면 더 잘 지켜진다
4개월째부터는 통장을 3개로 나눴다. 급여 통장, 저축 통장, 생활비 통장. 월급이 들어오는 급여 통장에서 바로 저축 통장으로 157만 5천 원을 이체하고, 생활비 통장으로 292만 5천 원을 옮긴다. 그 다음부턴 생활비 통장 카드로만 산다.
이렇게 하니 심리적으로 달랐다. 저축 통장은 건드리지 않는 게 당연해 보였다. 마치 남의 돈처럼 느껴졌다. 생활비 통장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 뒤 변화
지난 3월, 저축 통장을 다시 열어봤다. 810만 원이 있었다.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180만 원 정도 더 모았다. 그리고 신기한 게, 생활비 292만 5천 원으로도 불편하지 않았다. 처음엔 “이 정도로 어떻게 살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충분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선배의 조언이 단순했던 이유가 있다. 저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번 달부턴 열심히 모아야지”라고 다짐해도, 통장에 돈이 있으면 쓰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없으면 쓸 수 없다.
30대라서 더 필요한 것
30대는 20대와 다르다. 월급이 조금 올랐고, 책임도 늘었다. 결혼, 전세, 부모님 용돈.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온다. 나는 작년에 어머니께 월 30만 원을 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저축을 늘릴 수 있었던 건 “먼저 빼는” 방식이었다.
월급 450만 원에서 157만 5천 원을 먼저 빼고, 어머니께 30만 원을 드리고, 남은 305만 원으로 산다. 이렇게 하니까 뭔가 흔들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저축은 저축이고, 효도는 효도고, 생활은 생활이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30대 초반이든 후반이든,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다. 40대가 되면 더 많은 책임이 생긴다. 자녀 교육비, 주택 대출, 부모님 건강 문제. 지금 모아둔 810만 원이 5년 뒤엔 얼마가 될까. 이자가 붙으면 더 클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얼마를 모을까”가 아니라 “언제부터 모을까”다. 내일이 아니라 이번 달부터. 월급이 들어오는 그 날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