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 이야기

통장 잔고 37만원으로 재테크를 시작한 날

2023년 11월, 월급날 다음 날이었는데 통장에 37만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카드값, 관리비, 보험료가 빠져나가고 나면 늘 그 모양이었습니다.

Nationwide building exterior with large windows and entrance
Photo by Samuel Regan-Asante / unsplash

그날 점심을 편의점에서 때우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오른 ETF 영상을 멍하니 봤습니다. ‘월 10만원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 귀에 걸렸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 재테크는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잔고가 37만원인데 무슨 투자냐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돈이 모인 다음에 시작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함정이었습니다. 모이는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믿으면, 그 조건은 영원히 안 갖춰집니다. 37만원 중에서 10만원을 CMA 계좌에 넣는 것부터 시작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액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직접 따져봤습니다

처음에 고민한 건 세 가지였습니다. 적금, CMA, 그리고 ETF 소액 매수입니다. 적금은 약 연 약 3% 금리 기준으로 월 10만원씩 12개월을 넣으면 세전 이자가 약 2만 2천원 수준입니다. 세금 약 15%를 떼면 실수령 이자는 약 1만 8천원 남짓입니다. 적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과 비교하면 의미가 다릅니다.

CMA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구조라 급여일 직후 남은 돈을 바로 옮겨두기에 좋습니다. 약 연 3% 안팎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고, 언제든 뺄 수 있어서 비상금 성격으로 쓰기에 적합합니다.

ETF 소액 매수는 국내 증권사 앱에서 1주 단위로 살 수 있고, KODEX 200 같은 지수 추종 상품은 1주에 약 3만원대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월 10만원이면 3주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세 가지를 동시에 하려고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처음 3개월은 CMA에만 넣어서 자동이체 습관부터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에 ETF를 조금씩 더했습니다. 순서가 중요했습니다.

소액 재테크에서 실제로 걸리는 함정들

소액으로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흔들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3개월쯤 지났을 때입니다.

잔고가 30만원, 40만원 정도 쌓이면 ‘이걸로 뭘 하나’ 싶은 회의감이 옵니다. 그 시점에 코인이나 테마주 같은 단기 수익 이야기에 눈이 가기 쉽습니다.

저도 한 번 흔들렸습니다. 지인이 특정 종목으로 단기에 수익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는데,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 종목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소액 재테크의 핵심은 수익률보다 습관입니다. 월 10만원을 3년 유지하면 원금만 360만원입니다.

여기에 연 4% 수익률을 가정하면 약 380만원 안팎이 됩니다. 숫자가 작아 보여도 이 습관이 월 30만원, 50만원으로 이어지면 5년 후 숫자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복리가 빛을 발하는 건 금액이 커진 다음부터이기 때문에, 소액 시절은 사실 금액보다 루틴을 쌓는 기간입니다.

또 하나, 수수료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TF 거래 시 증권사 수수료가 약 약 0% 수준이라도, 소액을 자주 사고팔면 누적 비용이 생각보다 커집니다. 소액일수록 매수 후 장기 보유 전략이 훨씬 유리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시작 시점이 아니라 지속 여부였습니다

2026년 현재, 그 37만원 잔고 시절부터 따지면 약 2년 반이 지났습니다. 지금 재테크 계좌 잔고가 극적으로 불어났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건, 매달 자동으로 돈이 분산되는 구조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CMA에 비상금 약 150만원, ETF 계좌에 약 280만원, 연금저축에 월 납입 중인 금액까지 합치면 작지 않은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돈이 없어서 재테크를 못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정확히는, 돈이 없을수록 작은 단위의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37만원 통장으로도 10만원짜리 자동이체 하나는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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