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만 높은 게 다가 아니었다
작년 가을, 통장에 모인 돈을 어디에 묻을지 고민하다가 금리 비교 앱을 켰다. 화면에 떠오른 숫자들은 신선했다. 기존 거래 은행은 연 약 1%인데, 다른 곳은 약 4%, 어디는 약 5%라고 했다. 당연히 높은 곳으로 계좌를 옮겼다. 그 뒤 3개월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금리가 높다는 건 맞는데, 그 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이 생각보다 복잡했다는 걸.

금리표에는 없는 조건들
약 5% 금리를 받으려면 월급 통장으로 지정해야 했다. 나는 프리랜서라 월급이 없었다. 그러면 약 4%라고 했는데, 그건 한도가 300만 원까지였다. 나는 500만 원을 넣고 싶었다. 결국 300만 원만 그 조건으로 들었고, 나머지는 약 2%짜리 상품에 들어갔다.
은행마다 조건이 달랐다. 어떤 곳은 카드를 한 달에 5회 이상 써야 하고, 어떤 곳은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 곳은 매달 적금을 함께 들어야 4% 이상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금리 앱에는 그런 조건들이 작은 글씨로만 있었다.
세금 때문에 실제 수익이 달랐다
4개월 뒤 이자가 나왔다.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다. 세금 때문이었다. 이자소득세 약 15%가 빠져나갔다. 결국 세후 금리는 약 4% 정도였다. 여전히 기존 은행보다는 높았지만, 광고하던 약 5%와는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알게 된 게 또 하나 있었다. 일부 은행의 높은 금리는 특정 기간 한정이라는 것. 처음 3개월은 약 5%인데 그 다음부턴 약 2%로 떨어진다는 식이었다. 내가 가입한 상품은 다행히 그렇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그 부분을 꼼꼼히 읽지 않았다면 낭패를 봤을 것 같았다.
비교할 때 실제로 봐야 할 것들
이제 다른 상품을 비교할 때는 순서를 바꿨다. 먼저 금리 숫자를 본다. 그 다음 작은 글씨를 읽는다. 가입 조건이 뭔지, 한도가 얼마인지, 기간 제한이 있는지, 중도 해지할 때는 어떻게 되는지.
세금도 미리 계산해 본다. 실제 받을 돈은 세후 금리에 내 금액을 곱한 것이다. 500만 원을 연 4% 상품에 넣으면 연 20만 원의 이자가 나온다. 세금을 빼면 약 17만 원이다. 한 달에 1만 4천 원 정도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숫자를 알고 결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상황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처럼 프리랜서면 월급 조건이 없는 곳을 찾아야 한다. 자주 인출해야 한다면 중도 해지 수수료를 확인해야 한다. 1년 뒤 금리가 떨어질 예정이라면, 그 이후를 어떻게 할지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결국 하나의 금리 비교로는 부족하다
금리만 비교하면 손해 본다. 조건, 세금, 기간, 내 상황까지 모두 함께 봐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실제로 돈을 버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