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 계좌 개설 후 가장 먼저 느낀 불안감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증권사 앱을 깔았다. 신한투자증권이었나, 어쨌든 가입 후 본인인증을 마친 그 순간부터 손가락이 떨렸다. 통장에서 돈을 빼서 투자한다는 게 이렇게 낯설 줄 몰랐다. 적금은 정해진 금액이 매달 빠져나가는 거고, 예금은 그냥 놔두는 건데, ETF는 직접 사는 거였다.
첫 번째 매수는 100만 원이었다.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골랐다. 어디서 본 글에서 초보자는 이것부터 시작하라고 했으니까. 클릭하고 나서 한 3분을 더 화면만 봤다. 정말 사는 건가. 정말 이 가격이 맞나. 그렇게 첫 주는 지났다. 매일 밤 앱을 열어서 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봤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투자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통장에서 돈이 사라지는 경험을 시작하는 거라는 것. 수익률이나 배당금보다 그게 먼저 느껴진다.
1개월 후, 손절이 뭔지 처음 알게 된 날
한 달 정도 지나니 시장이 요동쳤다. 내가 산 ETF가 하루에 2% 떨어진 날이 있었다. 100만 원의 2%면 2만 원이었다. 2만 원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철렁했다. 그 다음날은 또 올랐다. 하지만 그 경험 이후로 매일 호가창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직장 동료 중에 주식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한테 물었다. “이게 계속 떨어지면 어때요?” 그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더 사지. 싸니까.” 그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몰랐지만, 그때부터 시장이 떨어지는 걸 좀 다르게 봤다.
1개월 차에 추가로 50만 원을 더 넣었다. 이전 가격보다 싸게 샀다. 그리고 깨달았다. 손절의 반대는 추가 매수라는 게 아니라, 손절은 애초에 계획에 없었다는 것. 내가 산 건 팔 생각으로 산 게 아니었다.
3개월 차, 수익률이 플러스가 된 날의 감정
3개월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수익률이 플러스가 됐다. 150만 원을 넣었는데 155만 원이 됐다. 5만 원의 수익. 그런데 그 순간의 기분이 생각보다 시시했다. 오히려 이상했다. 5만 원을 벌었는데 왜 이 정도야?
그때 알았다. 투자를 오래 하는 사람들이 “수익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단기 수익률은 그냥 숫자일 뿐이고, 정말 중요한 건 그 숫자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을 버텼는가 하는 거였다.
3개월 동안 나는 총 73번을 앱을 열었다. 대충 세어본 것 같지만, 하루에 평균 1번 정도는 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73번 중 70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봤다. 이 습관이 자산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6개월 후, 정말 중요했던 것
반년이 지났다. 150만 원을 넣은 돈이 162만 원이 됐다. 12만 원의 수익. 연 수익률로 따지면 8% 정도다. 나쁘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내가 이 6개월간 배운 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었다.
첫째, 통장 심리. 매달 월급이 들어올 때 자동으로 20만 원이 증권사 계좌로 빠져나간다. 처음엔 “아, 20만 원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르다. “아, 20만 원을 샀다”고 생각한다. 그 심리의 차이가 투자를 계속하게 만든다.
둘째, 시간의 가치. ETF는 팔지 않으면 계속 기다리는 상품이다. 6개월을 기다린 12만 원과 하루에 벌려고 한 12만 원은 다르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차이가 커진다는 걸 느낀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 투자 수익보다 투자 습관 자체가 자산을 만든다는 것. 12만 원의 수익도 좋지만, 매달 20만 원씩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이 흐름이 계속되면 1년 뒤에는 240만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그 돈이 어떻게 될지는 시장이 결정하지만, 적어도 통장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 나는 여전히 매일 앱을 열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본다. 수익률이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상관없이. 이 습관이 계속되면 몇 년 뒤에는 뭔가 달라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게 ETF 투자를 시작하고 6개월 만에 얻은 가장 실질적인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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