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처음 펀드를 샀다. 은행 앱에서 버튼 몇 개 눌렀고, 100만 원이 들어갔다. 그 다음 5년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다. 적금처럼 차곡차곡 불어날 거라고만 생각했다. 지난달 통장을 정리하다가 펀드 앱을 다시 열었고,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내고 있었는지.
수익률과 수수료는 다른 숫자다
펀드 앱에는 ‘수익률’이 크게 떠 있다. 내 펀드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6% 올랐다고 표시됐다. 괜찮은 수익 같았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이상했다. 실제로 받은 돈을 역산하면 수익률이 약 4%였다. 차이는 뭘까. 수수료였다.

펀드는 투자 수익에서 자동으로 수수료를 뺀다. 보수라고 부르는데, 내 펀드는 연 약 0%였다. 작아 보이지만, 5년이면 3%를 넘는다. 여기에 판매 수수료까지 더하면 4% 이상이 증발했다. 은행원은 처음에 이걸 설명했을 텐데, 나는 수익률 숫자에만 눈이 가 있었다.
같은 펀드, 다른 수수료
더 답답한 건 다음이었다. 같은 펀드를 다른 곳에서 사면 수수료가 달랐다. 내가 은행에서 산 펀드(판매 수수료 2%, 연 보수 약 0%)와 똑같은 펀드를 증권사 앱에서 보니 판매 수수료가 없었다. 연 보수도 약 0%였다. 같은 상품인데 수수료가 절반 이상 낮았다.
그 차이가 5년이면 얼마나 될까. 1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은행에서 산 펀드는 약 142만 원이 되었다. 증권사에서 샀다면 약 148만 원이 되었을 것 같다. 6만 원의 차이. 처음 선택 하나가 5년을 좌우했다.
펀드를 고를 때 봐야 할 숫자
이제 알겠다. 펀드를 살 때는 수익률 하나만 봐서는 안 된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판매 수수료다. 사고팔 때 얼마를 떼는지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판매 수수료 없는 펀드도 많다. 은행보다는 증권사 앱에서 보면 수수료가 낮은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연 보수다. 1% 이상이면 좀 높은 편이다. 0.3~약 0% 정도면 무난하다. 이 둘을 더한 총 비용이 연 약 1%를 넘으면 장기로 굴리기엔 손해가 크다.
세 번째는 펀드의 추적 오차다. 지수 추종 펀드라면 기준이 되는 지수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봐야 한다.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펀드 중에는 수수료로 실제 수익을 깎아먹는 경우가 많다. 광고하는 수익률과 내 통장에 들어오는 실제 수익은 다르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작년에 배운 교훈
작년 10월, 새로 펀드를 샀다. 이번엔 다르게 했다. 증권사 앱에서 판매 수수료 없는 펀드를 골랐고, 보수가 약 0%인 상품을 선택했다.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다른 펀드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저렴했다. 처음 펀드에서 배운 값비싼 수업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7개월간의 수익률은 약 3%다. 작은 수익이지만, 이번엔 그 숫자가 진짜 내 것에 가깝다.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부분이 훨씬 적으니까. 펀드는 오래 굴릴수록 수수료의 영향이 커진다. 처음부터 제대로 고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5년을 낭비한 후에야 알았다.